2010년 12월 21일 화요일

근황

1년 반 가량 있던 곳에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갈 날이 대략 한 달 남았고,
지긋지긋하다 매번 치를 떨지만 또 다시 지루한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1주일 머무를 예정이고,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들, 마음 바쁜 일들, 겉도는 연말 분위기, 추위 등등으로 조금 우울한 중이고,
별 생각 없이 집어들었던 한강의 《검은 사슴》을 읽고 그 한없이 우울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또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고,
《트론》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다는데 저걸 챙겨봐야 하나 그냥 생까야 하나 고민 중이고,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꾸역꾸역 써내야 하는 글이 하나 있어 편두통이 생길 지경이고,

아무튼 그다지 좋은 정신 상태는 아님.

2010년 10월 4일 월요일

로저 워터스《The Wall》 30주년 기념 월드투어 후기


2010. 10. 3. 8:00 pm
TD Garden, Boston, MA

그야 말로 기대를 한참 뛰어넘은 공연이었다. 《The Wall》 앨범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 그것도 더 이상 핑크 플로이드가 아닌 로저 워터스의 단독 공연이라는 점에서 사실 아주 새로운 것을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말로만 듣던 핑크 플로이드 식의 스펙터클을 재연만 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예상 외로 아주 입이 딱 벌어져서 나올 수 있었다. 그건 단지 스펙터클 때문이 아니라 공연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현재적 의미 때문이었다. 애초에 《The Wall》 앨범 자체가 단순히 교육에 대한 비판 만이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 전쟁경제와 재생산의 문제에 대한 비판을 두루 아우르는 수작이었지만, 그래도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것을 다시 공연한다는 것은 자칫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는 것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었다. 아마도 로저 워터스도 그 부분을 고민했을 것 같고, 그 결과는 아주 시사적이다.

불꽃이 일고 전투기가 공습사이렌과 함께 무대로 돌진하고 헬리콥터가 관객들에게 핀라이트를 겨누는 개막의 스펙터클이 지나고 대형 애드벌룬으로 된 교사의 형상과 그에 대항하는 어린 학생들의 합창 등등이 나오는 초반까지는 《The Wall》의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본 이들에게 익숙한 내러티브가 전개된다. 그 와중에 무대 앞과 뒤를 가로지르며 계속해서 벽이 쌓아올려지고 어느새 벽은 스크린의 역할을 겸하며 다양한 비디오 아트를 투영해낸다. 아마 그 즈음부터였던 것 같은데 오바마의 얼굴과 CNN의 로고, 정유회사 쉘(Shell)의 CI 등이 빠르게 화면에 스쳐간다. 그와 함께 나타나는 이라크 공습의 이미지, 관타나모 수용소의 학대 사진의 이미지는 이 공연이 "현재"를 겨냥하고 있음을 강하게 역설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벽이 어느덧 무대를 완전히 가로막을 무렵, 변형가능한 한쪽 벽면을 활용한 세트 무대에는 그야말로 아주 전형적인 미국인 혹은 영국인의 일상이 묘사된다.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걸치고 TV를 보는 그(로저 워터스)의 일상 옆으로 남은 벽면의 거대한 스크린은 중동 어딘가의 마을에 떨어지는 폭탄의 파열을 담아낸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하얀색 이어폰을 낀 색색의 소들이 현란하게 워킹을 하고 하얀 로고타입으로 "iTeach" "iFollow" "iResist" 등의 단어가 떠다니는 아이팟 패러디가 나타나는가 하면, 네오 나치를 연상케 하는 제복과 깃발의 장면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의 동참을 호소하는 지도자(로저 워터스)가 확성기로 선동에 나선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영상은 WikiLeak가 폭로해 파문이 일었던, 비무장 이라크 민간인들을 향한 미군들의 총격 살인장면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순간은 "Bring the Boys Back Home"의 영상 퍼포먼스에서였다. 이 순간을 로저 워터스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찰나였다. "발사된 총과 로켓은 헐벗은 이들, 굶주리고 버림 받은 이들에게 향하는 도둑질이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곧 이어 어느 군복 입은 미군 병사가 귀환하여 딸과 재회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재회 장면은 미국의 주류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감동 코드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들이 마침내 포옹하자 관중들은 열광의 환호성과 박수로 들끌었다. 그건 마치 이 병사의 "애국적인" 복무가 충실하게 수행된 후에 조국의 가족과 재회했음을 모두가 인정해준다는 의미의 환호성, 철군이 아니라 복무기간을 성실히 마친 병사의 귀환에 대한 지지의 환호성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에 이어지는 장면은 다시 "도둑질(the Theft)"을 당한 이교도 아이들의 망연자실한 얼굴들, 그리고 그 위로 뜨는 빨간 색의 커다란 타이포그라피 "Bring the Boys Back Home (그 사내들을 집으로 복귀시켜라 - 철군시켜라)"이었다. 이때 환호하던 관중들은 순간 당황한듯 주춤했고, 이내 다시 이 곡의 마무리에 환호했지만 병사 귀환 장면의 환호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미국적 애국주의의 일상적 한 단면이 폭로되는 순간, 30년된 명곡에의 환호와 국가에의 환호가 한순간 파열음을 내는 순간이었다.

공연은 벽을 허무는 퍼포먼스와 함께 끝났다. 데이빗 길모어의 목소리로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로저 워터스의 목소리로 듣는 "Hey You"로 위안이 되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2010년 9월 22일 수요일

노무현과 노무현이 마주 보는 장면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후속으로 보고 있는 《성균관 스캔들》. 재미 있게 보고 있는데 중간 중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이 드라마에 새겨진 노무현식 자유주의의 이상향이다. 뒤로 갈 수록 강조되는 "탕평책"의 이데올로기도 그렇지만 특히 주요 배역을 통해 인물화되는 이념형으로서의 영웅적 정치인상이 더 그렇다.



여성인 김윤희가 '김윤식'이라는 이름으로 성균관 입학 자격을 받는 이 장면은 그래서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왕이라는 최고 통치 권력에게조차 굽히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여 고사장을 일순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이선준은 여전히 시퍼런 권력을 등에 업고 있던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던 젊은 노무현과 닮았다. 그런 당돌한 젊은이들을 보면서 상식을 뒤엎는 인사를 감행하는 정조는 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던 대통령 노무현과 닮았다.

노무현과 노무현이 마주보는 이 장면, 이 장면은 달게 만들어진 장면이지만 나에겐 쓰다. 수면 위로 올라왔던 판타지는 5년 동안 허위임이 밝혀졌지만 그 후의 5년간은 다시 그 판타지를 갈구하게 만들고 있다. 그 둘은 함께하여 서로를 완결 짓는 판타지의 한 플롯임이 분명하다.

2010년 9월 8일 수요일

내 말이!

꼴주사들하고 같은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는게 싫어서 침묵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천인공노할 미제"의 입에서도 같은 소리가 나오네 ㅋ
http://news.nate.com/view/20100908n01281

2010년 9월 6일 월요일

The xx



작년에 데뷔한 영국 밴드라는데 인기가 좋군. 살짝 누벨바그 느낌도 나고.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못봐주게 어설프네



프로파간다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매혹적이기는커녕 어설프다 못해 조소를 품게 만든다면 당장 그 제작자를 파면해야 할 것이다.
물량으로 승부하면 된다는 발상은 박통 때 공보부 직원들도 하지 않던 직무유기다.
명박이는 당장 연합뉴스 취재부를 어떻게 좀 해라.
못봐주겠다.

이건..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아트잖아..

저 노동조합 조끼입은 아저씨 좀 봐라. 저 외면하는 눈빛 하며, 항문 불편하게 굳이 두개 의자에 걸쳐 앉은 어색함!
반대편 창문에 비치는 빽빽히 끼어 앉은 사람들과, 감히 장관님(!) 옆에 끼어앉지 못해 넓게 비워둔 저 공간적 대비!
무가지로 얼굴 가린 여성은 한쪽 눈만 살짝 걸친 채 이쪽을 훔쳐보고,
창문에는 브레히트적으로 노출된 두 개의 카메라가!

사진기자 예술할려 그러는데 명박이 뭐하냐, 안잡아가고!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말의 밴드" 추천!

뉴올리언즈에서 발견한 밴드인데 찾아보니 올해 새 앨범을 냈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컨트리 음악풍이 섞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살짝 처연한 느낌도 있다. 요즘 즐겨 듣는 중!






그나저나 이번 학기 공연 라인업은 이기팝(Iggy and the Stooges) - 로저 워터스(The Wall 30th anniversary tour) - 벨 앤 세바스찬 -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 and the 4th Dimen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