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여우누이뎐》의 후속으로 보고 있는 《성균관 스캔들》. 재미 있게 보고 있는데 중간 중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이 드라마에 새겨진 노무현식 자유주의의 이상향이다. 뒤로 갈 수록 강조되는 "탕평책"의 이데올로기도 그렇지만 특히 주요 배역을 통해 인물화되는 이념형으로서의 영웅적 정치인상이 더 그렇다.
여성인 김윤희가 '김윤식'이라는 이름으로 성균관 입학 자격을 받는 이 장면은 그래서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왕이라는 최고 통치 권력에게조차 굽히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여 고사장을 일순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이선준은 여전히 시퍼런 권력을 등에 업고 있던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던 젊은 노무현과 닮았다. 그런 당돌한 젊은이들을 보면서 상식을 뒤엎는 인사를 감행하는 정조는 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던 대통령 노무현과 닮았다.
노무현과 노무현이 마주보는 이 장면, 이 장면은 달게 만들어진 장면이지만 나에겐 쓰다. 수면 위로 올라왔던 판타지는 5년 동안 허위임이 밝혀졌지만 그 후의 5년간은 다시 그 판타지를 갈구하게 만들고 있다. 그 둘은 함께하여 서로를 완결 짓는 판타지의 한 플롯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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