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개봉한지도 15년이 넘어가는 시점인지라 영화나 미드 좀 본다는 사람들은 요즘 《인생은 아름다워》가 보여주는 동성애 묘사를 구닥다리로 여기기도 한다. 뭐 좀 낡긴 했어도 흥미로운건 그 '구닥다리' 조차도 "온 가족"이 보는 "주말연속극"이라는 프레임에 들어오면 무척 급진적인 내러티브가 된다는 점이다.
[서울신문]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 장면에 시청자 '발끈'
그런데 정말 진심으로 궁금한 것은, 정말 저 시간대에 TV 앞에는 온 식구가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냐는 점이다. 뭐 그런 집들도 있겠지만 사실 대학생만 되어도 애들은 주말 저녁에 데이트하거나 술마시러 나가놀기 십상이고, 초중고딩들은 주말 뭐 그딴게 어디있으며, 직장인들도 토요일 반나절 퍼질러 자다가 토요일 저녁쯤에야 약속 잡아 나가놀지 않냔 말이다. 어린 애들 딸린 30대 핵가족들도 있겠다만, 30대인 내 입장에서 볼 때 그 사람들 주말 연속극 열심히 안본다. 보더라도 김수현 할머니 드라마는 자기들 코드가 아니라 믿는 사람들이 다반사다. 결국 그 시간에 열심히 '주말연속극'을 보는 사람들은 50~60줄을 넘긴 '어른'들, 애들이 나가놀아서 외로운, 그러나 본인들 만큼은 주말 저녁에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그 어르신들 아닌가? 그냥 자기들이 보기 싫은 낯선 소재인거지, 애들 교육이고 나발이고 핑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 노인 아닌 노인네들(이제 60대가 더 이상 노인이 아니라지)의 페다고지로 김수현은 여전히 급진적인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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