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의 저항정신
1970년대 ‘대통령 찬가’를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갖은 탄압속에서도 ‘락’의
저항정신을 고수했던 그.
1980년 ‘신중현과 뮤직파워’가 발표한 ‘아름다운 강산’은 ‘4대강 사업’과 맞물려 환경보전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에 특히 가슴에 와닿는 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나뭇잎 푸르게/강물도
푸르게/아름다운 이 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네”
이번 무대에서는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이 곡을 부릅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는 올곧은 창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아래는 예전 블로그에서 가장 방문수가 높았던 문제의 글 ㅋ
창법의 차이가 정치적 차이를 만든다
신중현과 박정희 정권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그의 대표작인 [아름다운 강산]의 탄생 비화가 있다. 당시 여러 가수들을 통해 히트곡을 만들어냈던 신중현에게 집권당이던 공화당에서 전화를 걸어와 박통 찬가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신중현은 잠시 고민하고는 거절했고, 조금 뒤에 청와대에서 비슷한 전화가 걸려왔으나 역시 거절했다고 한다. 신중현을 비롯한 록뮤지션들을 대거 철창 속에 가두었던 대마초 파동은 이미 그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데, 어찌 되었든 권력의 주문을 연거푸 거절한 입장에서 신중현은 이 곡을 만들었다.
작사 신중현
작곡 신중현
하늘은 파랗게 /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 부풀은 내마음
나뭇잎 푸르게 /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 내가 있고 네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 달려보자 저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 말해보자 새희망을
하늘은 파랗게 /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 부풀은 내마음
우리는 이땅위에 /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찬란하게 빛나는 / 붉은태양이 비추고
하얀물결 넘치는 / 저바다와 함께 있네
그얼마나 좋은가 / 우리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 노래하리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훗날에 / 너와나 살고지고
영원한 이곳에 / 우리의 새꿈을
만들어 / 보고파
봄여름이 지나면 / 가을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 /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마음 / 너와나
우리 영원히 영원히 / 사랑 영원히 영원히
우리 모두다 모두다 / 끝없이 다정해
가사로만 보면 너무도 노골적인 국가 예찬이지만, 그 속에는 직설어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반어와 역설이 숨겨져 있다.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김정미가 부른 버전이다. 중앙정보부로부터 '퇴폐적인 창법'으로 지목받았던 그녀는 이 곡에서도 퇴폐미를 마음껏 발산한다. 가령 "그얼마나 좋은가 / 우리사는 이곳에" 부분에서 콧소리가 섞여 울리는 부분에 이르면 가사의 내용과 창법이 묘하게 충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여가수의 색기 어린 창법이 중앙정보부 직원들을 얼마나 곤혹스럽게 했을지 짐작해보라.
김정미 버전의 반어법을 증명해주는 것은 그 정반대편에 있는 이선희 버전이다. 맑은 목소리와 내지르는 창법의 이선희는 직설적인 가사를 직설적인 창법으로 배가시킨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이 강산이 아름답고 '선진조국의 드높은 기상'이 한껏 와닿는 느낌이다. 반어법을 무력화시키는 이 모범생 가수의 단정함!
그녀의 단정함은 산울림의 단정함이 의도했던 은근한 조롱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야말로 순도 100%의 단정함. 이것은 이후 그녀의 정치적 선택과도 연속선상에 있다. '퇴폐적'인 의도로 탄생된 이 곡이 어느새 이선희라는 '국민가수'의 대표곡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그런 단정함을 사랑했던 권력과 언론의 부추김 또한 있었음을 쉽게 추리해 낼 수 있다.
두 가수, 두 창법이 빚어내는 이 차이가 내가 김정미를 듣고 또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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