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이..는 아니고, 여차저차 아는 사람들도 만날 겸, 모 기관의 해외공연도 도울 겸(?) 뉴욕에 와 있는 중이다. 오늘은 아는 사람들과 함께 나름 뉴욕여행(?)을 했다. 사실 이 도시 자체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반나절 돌아다니면 눈이 아플 정도로 공기가 안좋고, 볼거리라곤 대부분 빽빽이 들어찬 건물숲이라 그닥 새로울 것도 없다. 화면으로 보는 것이나 실제로 보는 것이나. 오히려 화면이 더 때깔이 좋을 듯하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층의 버추얼 라이드 투어를 볼까도 했으나, 본인들도 실제보다 버추얼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전망대 입장가격(18$)의 두 배나 되는 입장료를 받는 것을 보고 양쪽 다 GG쳤다.
아무튼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그라운드 제로, 9/11로 무너져 내린 무역센터 자리였다. 그게 2001년이었다니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 긴 세월, 그 자리는 지금 새 건물을 짓겠다고 공사가 진행중이었지만 여전히 잔해 더미를 공사벽으로 막아놓은 것에 불과한 상태였다. 그 옆으로 돌아가니 보이는 9/11 메모리얼 기념관. 한쪽에는 재건에 나선 공사노동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모자이크한 사진벽이, 모퉁이를 돌아 다른 쪽에는 진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 얼굴 사진 모자이크와 그들에게 바치는 청동 양각 기념화가 걸려있다. 엄숙한 관람객들과 비스듬히 걸려 있는 성조기. 오오 이곳에 이라크가 있고, 이곳에 관타나모가 있고, 이곳에 이곳 사람들의 그 견고한 ground가 있구나. 누군지 몰라도 이름 참 잘 지었다. 순간 살짝 소름이.
저녁이 다 되어 《Once Upon A time In America》와 《브룩클린의 마지막 비상구》에서 보았던 맨하탄 다리의 그 전경을 보기 위해 어렵사리 브룩클린 다리를 넘었다. 어둑해진 속에 찾은 그 곳의 광경은 과연 노력한 만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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